모에와 독서의 계절.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7/01/09 17:31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3만 히트를 넘겨버렸다. 감사합니다. (꾸벅)

엿새 간 노새를 죽어라 채찍질한 끝에 죠죠의 기묘한 모험 일본 원판 스캔본 1~50권을 차마 크게 말할 수 없는 루트에서 입수하는데 성공(나머지는 여전히 노새를 후려;치고 있다), 못 읽은 3부와 4부를 단숨에 읽어치우고 죽어버렸다. 꽤액.
그리고 확신했다. 6명의 죠죠들 중에서 역시 쿠죠 죠타로 氏가 제일로 좋아요! 냉정하고 침착하고 후까시 만발에다 박학다식하고 뱃심 두둑하고 능수능란한 사기꾼인데 실은 모에 캐릭터(어이) 덩치는 이따시만해 갖고 취미는 독서요 좋아하는 영화가 무려 <울지마라 늑대야Never Cry Wolf>라는데 어떻게 모에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우어어어어어어 (데굴데굴데굴) 유치장에 나흘간 처박혀 있는 동안 옆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관련 서적이 유독 심금을 울렸다. 등에 달라붙은 악령의 정체를 밝혀보려고 밤낮없이 열심히 열심히 책을 탐독했을 거라 생각하면 그 나이브함과 퓨어 마인드에 아아 안습이.... T.T 그리고 여전히 잔머리의 챔피언이자 죽다 살아난 와중에도 농담 따먹긴 하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죠셉 영감님을 옆에 두면 모에는 네 배. 더비 더 플레이어 전은 아아주 훌륭했다. 이런 사기꾼 가계 같으니. 하지만 처음엔 おじいちゃん(...), 다음 화엔 じいさん이라고 해주더니 왜 결국엔 じじい가 되는 거냐아아아아!
지금 5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중임. 노린 티가 너무 나서 좀 으으으으음;;;이긴 하지만 예전 어쩌다 운 좋게 앞의 세 권을 봤을 때 우오오오오오하며 빨려들어간 경력이 있는 관계로 뭐 최종적으론 신경 안 쓰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치만 죠르노는 역시 흑발이 이뻤는데 어이구 아까워라. 에잇 어차피 총공이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리고 5부를 봐야지 스톤 오션 편을 보지?! 마성의 애 아범 쿠죠 죠타로를 내놔라 우어어어어어어어어


하여간 건 그렇고, 드디어 <셜로키언을 위한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전집> 제 1권을 구매. 가격은 꽤나 쎄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셜록 홈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필독. 강추하겠음. 38,000원을 아깝다 하지 마~라!!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그냥 평범하게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팬과 오덕후(...)의 경지로 승화한 셜로키언을 구분하는 기준이 빤히 보인다. 일례로, <입술이 비뚤어진 사나이>를 보면 왓슨의 아내가 광란 상태에 빠져 느닷없이 뛰어든 친구 케이트를 위로하면서 "제임스는 방으로 보낼까?" 라고 말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왓슨의 풀네임은 존 H. 왓슨이다. 아니 그럼 대체 이 제임스는 누구야? 이에 대한 양자의 대략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다.

보통의 팬 → ...코난 도일 경, 졸면서 쓰셨수? ;;;
셜로키언 → 아내는 왓슨을 제임스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아니다, 제임스는 왓슨이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들이다, 아니다, 강아지(...)다, 아니다, 실은 존에게는 제임스라는 쌍둥이가 있었는데 존이 라이게이트의 지주들 사건 이후에 죽자 제임스가 그 뒤를 이었다, 아니다, 실은 쌍둥이인 존과 제임스가 번갈아가며 홈즈를 보조했는데 홈즈는 박정해서 눈치를 못 챘고(이게 페어런트 트랩이냐;;;) 메리 모스턴과 결혼한 건 제임스였다, 아니다, 아내는 고즈넉한 가을밤에 열렬히 사랑했던 옛 애인을 회상하고 있었는데 그만 실수로 남편 아닌 애인의 이름을 입에 올렸고 그 애인이 바로 제임스 모리어티(!)다 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

대략 저런 식의 맛가는 이론들이 600페이지 넘게 나열되는 실로 오덕후의 귀감과도 같은 책이다 오예 베이비(...). 매우 근엄하게 '<버크의 귀족 명단>을 비롯하여 어느 명부에도 로버트 세인트사이먼 경이라는 이름은 등록되어 있지 않다' 라고 저술하는 걸 보면 배꼽이 빠질 지경이지만, 이런 종류의 정열은 굉장히 좋아하므로 보고 있으면 무척 즐겁다. 내가 왜 세이야에 뚫린 구멍을 좀 메꿔보려고 난리법석을 떠는 오덕후의 모임 성투사 연구회를 허구헌날 들락거리겠냔 말이지.

<보헤미안 왕가의 모험>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이쪽 방면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홈즈와 아이린 애들러의 염문설 and 그래서 생긴 아이가 훗날의 네로 울프설에 대해서도 입 가진 자라면 누구나 한 마디씩 하고 있는데, 이런 이론이 생긴 게 실은 놀랄 일이 아닌 것이, 아이린 애들러는 여자라는 종족에게 통 관심이 없었던 홈즈가 평생을 통틀어 관심과 존경을 바친 유일한 여인이다. 무려 '그가 보기에 그녀는 여성 모두를 압도하는 빛을 발하는 존재였다' 라고까지 표현한다. 맹세컨대 이거 원문이다; 이쯤 되고 보면 실은 대박 낭만적인 셜로키언들이 별별 망상을 다 하지 별 수 있겠느냐고. 홈즈/아이린 캐논이 홈즈 팬픽션의 굳건한 한 축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아마 그 설정으로 영화도 한 편 있었지?
남녀가 짝짜꿍을 하면 엔간해선 애가 생기기 마련인데, 홈즈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아버지처럼 대단하기를 바라는 게 당연한 팬 심리다. 실제로는 큰 아버지 밑에서 역시 큰 아들이 나는 경우란 거의 없지만, 위대한 탐정이었던 1세대의 재능이 또한 위대한 탐정인 2세대에게로 고대로 계승되는 구도는 우선 입닥치고 만세만세만만세를 외쳐부르게 할 만한 강력한 힘이 있다. 역시 장자 계승에 불건전한 로망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서 S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함.
이쯤 되면 세간에 알려진 탐정 중에서 하나쯤 끌어오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데, 다만 홈즈보다 대략 한 세대 아래면서 홈즈처럼 무진장 괴팍하고 유능한 탐정이 의외로 참 찾아보기 힘들다. (엘러리 퀸에게는 불행히도 이미 아들이 이뻐 죽는 팔불출 아빠가 있다) 고로 적당히 미스터리어스한 과거에 취향도 상당히 귀족적이고 더구나 유.럽.에서 온 네로 울프만큼 좋은 먹잇감이 없는 것이라.

마스터 스타우트가 과연 울프 = 홈즈의 숨겨진 아들 설을 은근히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물적 증거가 아무것도 없어서 단정하기가 불가능하지만 설령 그 이론의 발생에 발을 담그고 있지 않았더라도 내심 기뻐하면서 몹시 즐겼으리란 심증은 든다. 우선 울프가 홈즈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설을 세상에 널리 퍼뜨린 건 동인남의 귀-_-;감 윌리엄 S. 베어링-굴드의 <베이커 스트리트의 셜록 홈즈 : 세계 최초의 상담 탐정의 생애>(1962)와 <웨스트 35번가의 네로 울프 :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탐정의 생애와 일생>(1969)이지만 - 그리고 난 둘 다 가지고 있다;; - 이 유명한 이론은 결코 예전 누군가가 믿던 것 마냥 베어링-굴드의 창작이 아니다. 가장 먼저 서면으로 발표된 건 존 D. 클라크의 1956년도 논문으로, 문제의 논문이 수록된 잡지는 베이커 스트리트 저널이었는데, BSJ는 홈즈빠;들의 모임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창립년도가 하필이면 1934년임. 이 해 네로 울프 시리즈의 처녀작 Fer-de-lance가 출간되었다)가 1946년부터 발간하던 잡지였고──결정타 하나. 렉스 스타우트는 이레귤러스의 멤버였다. 팬클럽에 가입할 만큼 좋아하는 탐정이 자신이 창조한 탐정의 아버지로 사람들에게 연관지어서 인식된다면 당사자로서는 꽤 기분 째지는 일일 거라 생각하는데... 아닌가? (웃음)

하여간 홈즈가 아이린 애들러와 무슨 일을 쳤다면 홈즈의 일생에서 가장 베일에 싸여 있는 시기, 즉 모리어티 교수와 드잡이하다 폭포에서 굴러떨어진 1891년부터 폼나게 귀환한 1894년 사이에 뭔가 사단이 있었으리라 보는 게 가장 적합할 것이다. 홈즈가 은퇴한 1902년 이후는 아이린과 싸바싸바하기에는 늦지 않지만 애를 만들기에는 상당히 늦다. 그렇다고 홈즈에게 사랑이니 연애질이니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짓거리라는 신념을 꺾을 정도의 충격파를 날릴 만한 여자가 아이린 말고 하나 더 있었다고 생각하자니 이건 명백한 월권 행위고 홈즈/아이린 관계에 로망을 품는 낭만적인 친구들의 신념에도 위배되니까 생각한 적 없는 셈 치고 씹도록 하자. 결국 1891년에서 1894년 사이다.
여기서 문고판 Fer-de-lance의 권말부록으로 실려 있었던 렉스 스타우트의 비출판용 캐릭터 메모를 슬그머니 훔쳐오겠다.

네로 울프(Nero Wolfe). 키 5피트 11인치(약 174cm), 체중 272파운드(약 123kg). 56세. 숱많은 짙은 흑갈색 머리카락으로, 자세히 보면 아주 조금 세어 있다. 가르마를 타지는 않았지만 오른손으로 빗질을 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은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짙은 흑갈색 눈동자는 평균 크기이나 항상 반쯤 감겨 있으므로 실제보다 작아 보이고, 대화하는 상대를 항상 정면으로 바라본다. 앞이마는 높직하고, 머리통과 얼굴은 크지만 전체와 잘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귀는 작은 편이다. 코는 길고 좁으며 살짝 구부러졌다. 입은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입술은 오므렸을 때는 두툼하고 통통하지만 긴장된 순간에는 길고 가늘어진다. 뺨은 둥그나 통통하지는 않다. 광대뼈의 가장 높은 지점은 정면에서도 보인다. 피부는 식사한 직후에는 장밋빛이고, 한밤중까지 꼬박 여섯 시간 동안 죽도록 일한 후에는 창백한 상아색으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부드럽고 조용히 숨을 쉬지만 식사할 때만은 예외로, 이때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엄청난 양의 공기와 소리를 토해낸다. 육중한 어깨는 결코 축 처지는 법이 없으며, 별 수 없이 일어서야 할 때는 똑바로 선다. 매일같이 면도한다. 오른쪽 턱뼈 바로 위, 턱과 귀의 중간쯤에 조그만 갈색 점이 있다.

아치 굿윈(Archie Goodwin). 키 6피트(약 182cm). 체중 180파운드(약 82kg). 32세. 머리카락은 비교적 밝은 편으로, 빨강이 되지 않으려 발악한 듯한 색이다. 2주일마다 대체적으로 짧게 이발하며, 항상 뒤로 빗어넘기지만 고집스럽게 도로 곧추서기를 반복한다. 1주일에 네 번 면도하는데, 어떻게든 세 번으로 줄여보려고 떠올릴 수 있는 핑계는 모두 동원한다. 균형이 잘 잡히고 갖출 데를 모두 갖추고 보기에도 좋은 생김새이나, 코만이 예외이다. 오로지 코 덕분에 뺀지르르한 영화배우처럼 보이는 저주를 면했다. 들창코도 아니고 결코 못생기지도 않았으나, 다소 짧고 콧날이 넓적하며, 코끝은 연골을 넘어 계속 뻗어나가 놀라우면서도 독창적인 인상을 준다. 회색 눈은 호기심으로 충만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체구도 동작도 강건하며, 자세는 항상 똑바르지만, 자네는 너무 막나간다며 울프가 쫑알쫑알쫑알쫑알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면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약간 움츠리는 버릇이 있다.


하여튼 캐릭터 설정용 메모 한 개를 써도 평범하게 쓰지 않는 사람이라니까...;;;
어쨌든 본 메모가 쓰인 것은 1949년 9월 15일, 단순 역산하면 네로 울프는 1893년생, 그의 영원한 파트너 아치 굿윈은 1917년생이다. 옳다 좋구나, 이렇게 잘 맞을 수가!

....라고 좋아할 때가 아니라 여기엔 엄청난 문제가 있음. 시기가 맞질 않는 것이다;
Fer-de-lance에서는 시간적 배경이 언급되지 않으므로(...아마도) 출간된 1934년보다 이후의 일이라고 빡빡 우길 수도 있겠지만 Some Buried Caesar에선 그 변명이 통용되지 않는다. 왜냐, 1938년이라고 도입 부분에 명백하게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38년이라면 울프는 마흔 다섯, 아치는 스물 하나라고!!! ;;; 그야 스물 하나라고 울프를 위해서 일하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 대형 사고를 친 후의 참으로 그다운 뻔뻔스러운 보고에서 아치는 분명히 말한다. 대장을 위해서 9년간 차를 몰았는데 이런 사고는 처음이라고. 어이... 자넨 열두 살 때부터 차를 몰았단 말인가...;;;
실은 1949년의 시점에서 56세와 32세가 아니라, 대담하게도 사자에상 시공을 채택해 (명탐정 코난 시공이라고도 한다;) 영원히 56세와 32세라 우겨대고 있다는 강력한 심증이 있긴 하다. Fer-de-lance에서 10년 가까이 지난 제 2차 세계대전 무렵의 단편들에서도 아치는 청년 장교의 이미지고, 거기서 또 10년 가까이 지나간 1956년의 Christmas Party에서도 아치는 30대 총각삘이 풀풀 나거든요. 정확한 나이가 밝혀지는 법이 거의 없는 대신 세월 따라 나이는 꼬박꼬박 먹는 대개의 클래식 계열 탐정들이라면 Christmas Party에서 아치는 이미 50대여야 한다; 하긴 네로 울프와 아치 굿윈은 홈즈-왓슨, 혹은 포와로-헤이스팅스처럼 후자의 결혼으로 찢어진다던가 현실적으로 은퇴해 시골에서 양봉하고 호박 키우며 살기보단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둘이 들러붙어 평생 치고 받고 악다구니하는 편이 훠얼씬 어울리긴 하지만.

그래도 1949년에 작성한 메모에서 왜 하필 쉰 둘도 아니고 쉰 셋도 아니고 쉰 여섯이었느냐 하면, 그건 역시 1893년이라는 숫자를 마스터 스타우트가 내심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1949년이라면 네로 울프 미스터리 처녀작이 나온 후로 이미 15년이나 지났고, 울프가 홈즈의 숨겨둔 아들이란 주장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건 1956년이지만 그 전부터 이레귤러스 내에서 심심찮게 한담이 돌았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1891년부터 1894년 사이에 아이린 애들러와 밀회를 갖지 않았을까?" "애가 하나쯤 있어도 이상할 거 없겠지?" "그게 혹시 자네의 네로 울프라면 아주 멋지겠는걸, 와하하하하하하!!" 라던가 라던가 라던가 (웃음)

이 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Sherlock Holmes와 Nero Wolfe의 '모음의 희한한 위치 일치'까지 들먹이고(엘러리 퀸은 이걸 위대한 O-E 미스터리라고 부른댄다) 온갖 디테일을 들추어가며 근거를 대고 있는데, (그리고는 1891년에서 1894년 사이에 울프가 태어났다고 가정하면 시간 설정이 엿같이 된다는 사실은 깨끗하게 무시한다;) 뭐 근거하고는 상관없이 나 개인적으로는 내심 이 설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장자 계승에 상당히 변태적인 로망을 품고 있는 한 개 동인녀고, 탐정 중에서는 홈즈가 첫사랑이고 울프-굿윈 콤비에 모에모에하는 여편네라서요... 후후후후. 뭐 마스터 스타우트는 크레이머 경감의 퍼스트 네임을 왕창 틀려먹고는 인터뷰에서 누군가 그 사실을 지적했더니 열라 뻔뻔하게 '그건 내레이터인 아치 굿윈의 잘못이니까 그 친구에게 책임을 물으시오' 라고 우겨댔다(...)는 사람이고 어차피 사자에상 시공이니 연도쯤 대충 개기면 어떠랴. (어이!!!)

그런 의미에서 냉큼 Christmas Party 3편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음. 아아 의욕을 부채질하는 위대한 오타쿠 정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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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 칼레이도스코프 7권 ~부제 : 백합의 역습~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12/14 12:54

미리니름이 미량(다수?) 포함되었지만 아무렴 어떻단 말이냐!! 쓴다! 써 버린다!!!


"러시아어라면, 내가 가르쳐줄 수도 있어."
"......응?"
음주에 얽힌 법 해석의 문제에서 느닷없이 어학으로 이야기가 비약하는 통에, 나는 미처 리아를 따라잡지 못했다.
"어째서 러시아어를?"
"타즈사가 국적을 박탈당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통은 음주로 국적까지 뺏기진 않아."

"만일의 경우엔, 내가 널 러시아 정부에 추천할 테니까...."
"아하하, 고마워."

"타즈사만 좋다면...."
"응?"
"앞으로 이틀간은 철야해도 괜찮은데."
"..........."
진심 어린 항의를 한 번만 터뜨리게 해주세요.
어디까지 농담이고 어디까지 진담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되어서야 곤란해 미치겠다.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했을 때부터,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감도 안 잡히는 대사가 줄줄줄줄줄줄줄줄.
이를테면, 이런 거라던가 저런 거라던가....
"타즈사... 얼굴이 빨개."
"수, 술 때문이야!"

게다가 여기는....
"안녕."
"히엑─────!!!!"
내 양발이 틀림없이 허공에 떴다.
여유롭게 다다미 30단은 들어갈 거대한 침실의 한 구석에 자리한 소파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침 식사하러 가자."
".....꼭두새벽부터 간 떨어지게 하지 말아줘."
말할 것도 없이 리아였다.
"타즈사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어."
"....언제부터?"
"한 시간쯤 전부터."
.....나는 말을 잃었다.
몰랐다고는 하지만 천하의 리아 가넷을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다니, 얼마나 무거운 죄가 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유비를 멀거니 세워놓은 제갈공명보다도 훨씬 무거울 거야!
"깨워줬으면 좋았을걸."
변명 비스무리하게 늘어놓으면서, 한편으로는 천벌받을 억측으로 양심을 달랬다──리아라면 까짓 하루쯤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어도 괴롭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렇지만, 막 일어난 참이라고는 해도 기척 하나 느끼지 못했다. 같은 방에 있었는데, 눈을 뜨고 나서 족히 1분 이상, 말을 걸어줄 때까지 전혀 몰랐다니.
"저쪽 방에 식사를 준비시켰어. 같이 먹자."
"고마워.... 어, 저기, 리아도 아직 안 먹었어?"
"타즈사를 기다렸으니까."
"미, 미안!"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리아는 어째선지 그 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꺄악...."
무언부동의 지적을 받고서야 나는, 황급히 양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자신의 무방비한 모습을 여태껏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여자니까, 별로 창피해 할 일도 없지만.....

"예쁘다....."
격렬한 색조와, 고집 센 향기.
.....왠지 나와 파장이 맞는다.
"그 꽃, 마음에 들었어?"
"응."
"그럼, 타즈사 로즈라고 하자."
"어머나, 그거 괜찮네."
웃으면서 맞장구를 치고, 휘파람을 한 번.
리아가 연달아 농담을 다 할 줄은, 의외였다. 게다가 이번 건 듣는 내 기분까지 좋고 말이지....
"기다려. 이골리를 불러올게."
"이골리?"
"정원사야. 모처럼 이름을 정했으니까."
웃는 얼굴 그대로───나는 빠직 굳었다. 진심 어린 항의를 날려도 돼요?

이리하여, 광대한 리아 가든의 한 구석에 피어난, 가운데의 핑크빛이 강렬한 신품종 장미에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다.
그 이름은───타즈사 더 프린세스 오브 아이스.

"모처럼 이렇게 멋진 배가 있는데, 한 번쯤 타 봐서 나쁠 건 없잖아?"
살짝 질책하는 어조로 리아를 놀렸더니...
"타즈사랑 같이 타고 싶었으니까."
"─────으윽!!"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으로───내 몸의 절반은 이미 석화.
"저기... 이 배는 이름이 뭐야?"
"글쎄."
가진 담력을 몽땅 긁어모아 말을 이었다.
리아와 같이 있으면, 때때로 이런 궁지에 몰린다. 요 24시간 동안 대체 몇 번이었는지.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고 때로는 굳어버리고.... 하지만, 그런 나를 앞에 두고도 리아는 평소와 전혀 변함이 없다. 그러니까 역시 생각이 지나칠 뿐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심장에 나쁜 말들. 정말이지 이래서야 내가 지레 죽겠다.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치만, 안 그래? 해석하기에 따라선───
"그럼, 프린세스 타즈사 호라고──"
"──장미로 됐어요 장미로!"

"여학생 스파이럴에서의, 그 무지무지 귀여운 동작 말인데...."
휴대폰 마임에서의 스파이럴 시퀀스는, 기술의 아름다움과 정확성, 곡의 표현과 프로그램 연출의 절묘함이 하나로 녹아든, 그 프로그램 최고의 구경거리로 손꼽혀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되었던 몇초 간.
"그거,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한 걸까 궁금해져서. 무척 근사한 표정이었거든..."
이런 걸 베거리를 친다고 하던가?
최강 여제 리아를 이런 문제로 넌즈시 떠볼 수 있는 기자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나도 참, 간만 커서...
"그래."
".....흐, 흐응....."
갑자기 대답할 말이 뾰족히 떠오르지 않아, 대신 손에 든 글라스만 움켜쥐었다. 의외다───그리고, 조금이지만 복잡하네...
그렇지만 역시 호기심은 동했다. 리아는 남자에게도 사랑에게도 흥미가 없다고 했었는걸.
"혹시, 옛날 첫사랑이라던가?"
"...그런 사람은 없어."
"그럼 누군데?"
샴페인을 입에 물고, 또다시 심술궂게 채근해 보았다.
그러나 리아는 눈길을 돌리지도 않고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타즈사."
"푸웃─────!!!!!!"
뭐...
"쿨럭! 쿨럭쿨럭....!!"
완벽하게 체했다. 새들이 일제히 머리를 이쪽으로 돌린 가운데, 코에서 역류한 샴페인을 소맷자락으로 훔쳤다.
그런 나를, 침착한 푸른 눈동자가 바라보고───
"저, 저기? 그게, 아니 이게 아니라..."
나는 대책없이 허둥거렸다.
부탁이야 리아, 보고만 있지 말고 뭐든지 말해줘!
"그때의 스파이럴...."
"스, 스파이럴이 어쨌는데!?"
"마이어는 표정도 문제없다고 했었지만, 왠지 느낌이 영 살지 않아서."
.....당혹스러움이 가까스로 끽수선 밑까지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작년, 스웨덴에서. 네게 흥미가 있어───그런 말을 들었었던가.
"그래서, 타즈사를 생각해 봤어."
"으, 응...."
"덕분에 잘된 것 같아."
"그, 그래... 아, 아하하하하....."
망가진 인형처럼 웃어제끼는 나.
...스쳐지나가는 한 컷, 스쳐지나가는 1초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이제까지도 그닥 대단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타즈사... 얼굴이 빨개."
"그러니까 술 때문이래도!!!"



리아×타즈사 모에.

여제께서 공주님을 쉴새없이 꼬드기고 계십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타즈사는 타즈사대로 리아의 미모를 틈만 나면 걍 숨도 안 쉬고 찬양해대는 통에 아주 읽는 이쪽이 쪽팔려 미치겠다;;;;
실은 교보에서 완결편인 9권까지 전부 훑어보고 온 터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빤히 알고 있지만 - 그리고 그건 그거대로 모에였지만 - 일단 7권에선 향후 전개에 신경 짝 끊고 순수하게 리아타즈사의 네롱내롱네니내니이챠이챠러브러브논실난실꺄아꺄아수줍수줍부끄부끄에만 버닝하기로 하였다. 그러게 얼렁 꽃가마 태워 데려가라니까? 세상의 멍청한 것들이 저 애의 가치를 못 알아보고 빌빌대는 틈에 냅다 나꿔채서 사쿠라노 타즈사 쥬이디에프로 만들라니까아아아아아아 (무리다;;;)

실은 가브리×타즈사도 좀 좋더라고는... 말 못한.... 쿨럭쿨럭쿨럭쿨럭!!! 이예이 여자뿐인 삼각관계.
(아무리 내가 애증과 견원을 사랑한다지만 도미니크나 캔디 따위에게 타즈사는 못 준다 흥 쳇 핏 -_-++++)


쓸데도 없는 덤.
그나저나 내가 좀(좀?) 책을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거니와 방 안의 상태가 심하게 안습임.
월페이퍼는 마사무네 님 3종 세트요 모니터 앞에 쌓인 것은 야마오카 선생의 다테 마사무네와 팬지랄의 결정판인 다테 마사무네 도설이요 옆을 사나다 유키무라&오사카 공방전과 세키가하라 대전 해설집이 굴러댕기고 의자는 전국 BASARA 컴플리트 웍스 - 허리가 눈부셔요 도노 하아하아하아하아;;; - 가 차지했으며 손에 들었음은 오오지(大路) 님의 92페이지짜리 BASARA 소설 동인지(드디어 입수했다 꺄아아)고 대기 중은 이케나미 쇼타로의 사나다 태평기 11권이니... 국사 공부를 그런 식으로 해봤어라 이년아!!!
(내가 원체 만사를 리비도로 사는 X이라... [외면] 성깔 드럽고 유능하긴 열라 유능한 한국 남자 한 개만 추천해 주세요 훌쩍훌쩍훌쩍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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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ILIUS CAESAR.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11/06 17:43

아드리안 골즈워디의 로마전쟁영웅사를 뒤적이던 중 좀 개기는 척하다 '시민 여러분' 한 마디에 퇴역이 뭐냐 승급이 웬말이냐 장군 밑에 돌아가게만 해달라고 울고 불고 애원하는 제 10군단 애들과 그 앞에서 어쩔끄나 시침 딱 떼고 딴전 피우시는 카이사르가 어찌나 쳐웃기는지 간만에 불이 붙어 주말을 이용, 배 깔고 드러누워 시오노의 로마인 이야기를 펼쳤다.

물론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이다.
예전 정신없이 읽을 때는 영 몰랐는데 나이 쬐금 더 먹고 다시 보니 에? ....에엣? 응? 어이 여보세요? ;;; 싶은 대목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 이러니까 이 여자가 사상에 문제 있단 소릴 듣지;;; - 나의 영원한 마음의 아이돌 카이사르 님에 대한 S의 맹목적인 헌신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어쩜 머리털 끝부터 성격적 결함까지 몽조리 내 취향이삼. 그러니 카이사르에 대해 무언가 비판을 하시려 마음 잡수신 분은 부디 나 없는 데서 해주오. L.O.V.E. 카이사르─!!!

하여간 이제 좀 시오노의 성향이 보일락말락 한다. 시오노가 원래 좀 뱃심 두둑하고, 성격 절라 나쁘고, 청렴결백하지도 않고, 빚을 지고도 태연하고, 정치를 해도 전쟁을 해도 항상 이기고, 속은 시커먼데 지지자들은 발길에 채여 넘어질 지경으로 쌓였고, 모든 걸 거침없이 추진해 버리는 카이사르 계열의 남자들과 현실적 합리주의자들의 열렬한 파슨희라는 건 알고 있었으되 내 몸과 마음이 속속들이 썩은 지금 행간에서 콸콸콸콸콸콸콸콸콸콸콸(곱하기 무한대) 흘러넘치는 불타는 정념과 사모의 념이 빤히 보이는지라 아주 쪽팔려서 살질 못하겠다. 천 페이지가 훌쩍 넘는 빠순질. 그렇게 좋냐!? 그렇게 좋아!!!?
솔직히 불어라. 당신,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 쓰고 싶어서 로마인 이야기 시작한 거지? (타레메)

(농담이 아니라 카이사르 편을 넘기고 나면 차츰 책의 포스가 떨어짐.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 백과 결투해서 이길 자신도 있으니 반박할 자 전부 앞으로 나와라!!!)
(....해본 소립니다;;;)

그리고 또 확실히 알겠는 것이, 이 여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엄청 싫어하고 - 후자는 쬐금 질투도 섞인 것 같다. 아닛 감히 나의 카이사르와 러브러브를 하다닛!! ...이라던가; 이거 연예인 결혼기사에 바르르 떠는 팬도 아니고; - 소 카토도 좋게 생각하지 않고 마르쿠스 브루투스는 아예 논외임. 특히 사정없이 까내리기에 여념없는 브루투스에 이르러선 ('그런 브루투스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이란 문장을 보라! 그녀는 숫제 셰익스피어까지 싸잡아 투덜대고 있다!) 좀 불쌍해지기까지 한다. 아니 나도 미워하지만. 절망에 빠져서 우왕좌왕하는 꼬락서닐 보면 속이 씨원하지만. 폼페이우스와 키케로는 좀 맹한 구석이 있어서 밉지까지는 않은 모양이다.
한 마디로 위대하시고 고명하시고 훌륭하신 카이사르 님께 개긴 자들을 곱게 봐 줄 생각은 벼룩 간의 반절만큼도 없다는 얘기임. 우리 오빠가 최고예염 딴놈들 다 꺼져 >_< 하는 빠순이들과 근본적으로 뭐가 달라...?!

...뭐 도노 찬양질이 하고 싶어서 8권이나 써제껴댄 야마오카 선생이라던가 조조 님 찬양으로 36권을 지샌 창천항로에서도 알겠거니와 언제나 빠순질보다 빠돌질이 무서운 법이고 팬질 스케일도 이쯤 되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상관 없...을라나? ;;;; 어쨌든 L.O.V.E. 카이사르--!!! (결국 너도 빠순이면서 뭘;;;)


덤 1. 딱 카이사르 편까지만 갖춰놓은 문고판과 (하드커버는 너무 비싸다;) 쌍방 비교를 하며 읽은 결과 민음사판의 번역이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다는 걸 확인했다. 다만 알레시아 공방전 당시 로마군이 세운 일곱 겹 방벽 구조에서 물 끌어들인 참호의 위치가 틀렸다!! ;;; 아니 혹시 문고판에서 가필/수정된 부분인가?

덤 2. 브레히트가 쓴 미완 소설 <율리우스 카이사르 씨의 사업(Die Geschäfte des Herrn Julius Cäsar)>이 땡겨 아마존을 이리리 뒤져본 S, 단지 좌절만을 맛보았다. 설마 이걸 읽으려거든 독일어를 공부해야 하는 거냐...!? orz
혹시나 해서 아마존 저팬으로 갔다.
....있다! 일본놈들이란!! ;;;;

ユリウス・カエサル氏の商売라는 제목으로 1973년 출간. 1973녀언!?
물론 재고는 오래 전에 동이 났다. 이걸 대체 어디 가서 구하지...?

덤 3. 땡길 뻔했다가 번역이 너무 황이라 - 아부지 스키피오인지 아들 스키피오인지는 확실하게 해 달란 말이야!! - 포기한 <임페리움>(인지 어딘지)에서 최근 과학적인 수사로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 님의 유언장을 저한테 유리하게 위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구절을 발견. 뭣이 어드래!!! 그럼 '역사에 남을 후계자 선정의 걸작'으로 만고에 칭송받은 카이사르-옥타비아누스 노선이 모두 황이었다는 거냣!!!?
근데 유언장은 옥타비아누스가 귀국하기 '전'에 안토니우스가 증인들 '앞'에서 개봉하지 않았던가...? 언제 위조했다는 거야? ;;;

...몰라. 난 그냥 카이사르 님이 반딱반딱 어린 것의 재질을 알아보고 찍은 셈 칠래. 나의 영원한 아이돌은 사람 보는 눈도 뛰어나시다고 믿을 거다!!

(그러고 보니 어느 대학 어느 연구소의 누가 조사해서 알아냈다는 말도 없었던 것 같다. 보통 학술서적이라면 2005년 하버드 대학 고고학과의 린스윈드 교수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카이사르의 유언장은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라던가 하지 않나? 뭐냐 너. 설마 네시의 시체가 인양됐대요 식의 '카더라 통신'을 학술서적에서 써먹는 거냐!!!? 니가 한국 인터넷 바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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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모노가타리.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11/02 17:57

하드 한 구석에서 S가 아직 그럭저럭 파릇파릇했던 대학생 시절 작성했던 옛날 고리짝 겐지모노가타리 독후감 리포트가 기어나왔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몇 년 전의 수치 플레이냐;;;

.......읽어본다.

...........읽어본다.

.................열받는다. (빠드드득)


그때도 풋풋한 마음에 그 남자가 너무나 재수없어서 리포트에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컷 욕지거릴 해댔지만 나이 먹고 다시 봐도 히카루 겐지는 정말로 재수없음. 아니 나이를 먹고 머리가 쪼끔 굵었더니 더더욱 재수없어 보인다. 작가의 애정을 독점하는 밥맛 없는 메리 주인공이란 게 뭔지 아주 온 몸으로 실증해 보이시는 저런 덩치만 이따시만하게 크고 나이는 헛쳐먹은 겉포장만 근사한 남자 따위 난 트럭으로 퍼다줘도 싫수다. 흥!
랄까 겐지모노가타리 자체가 전체적으로 무지하게 재수없다. 여자를 강간하고 사랑에 미쳐 그랬다고 주장하는 골빈 쉐이들이 너무 많단 말이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피해자만 헤아려도 (으음 이러다 틀리면 그게 웬 쪽이냐;;;;) 무라사키, 아오이, 로쿠죠인노미야스도코로, 오보로즈키요, 다마카즈라, 온나산노미야까지 무려 6명!! ;;; 암만 여자의 인권이 싸그리 무시당하고 흔히 여자가 인간 취급 못 받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지만 이거 너무하지 않수? ;;; 거기 하반신 간수 못하는 사내 여러분, 똑같이 강간할 거면 사랑이다 뭐다 설탕으로 처발라 감추려 들지 말고 차라리 그 잘나빠진 주둥이에 지퍼 채우고 입 쳐다물고 있으시지?

남자의 '싫다 싫다 발악해도 결국은 좋으면서 빼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환상으로 '너무 사랑해서 강간했다'를 꼽는다. 이봐요 이봐, 정말 사랑하면 그런 짓 안 하거든? 헛소리 늘어놓는 초딩은 당장 가드를 올려라, 굴다리 밑에서 쳐두들겨 주겠다. 따져 보면 저 피해자 리스트 중에서 무려 4명이 히카루 겐지의 피해자다. 약 67퍼센트의 비율. 현 정권 지지율보다 훠얼씬 높음. 저런 강간범 따위가 사랑받는 일본인의 취향 참으로 알아볼쪼구먼.
(다시 말해 '강간이 화간으로 발전하는' 꼴같잖은 설정의 순정만화와 BL의 무수한 범람은 이미 헤이안 시대부터 싹수가 보였다는 얘기 되겠다. 될성그른 나무는 떡잎부터 엇자란다는 옛말 하나도 그른 거 없다)

그러고 보니 겐지모노가타리의 작가는 무라사키 시키부(女)였지. 당신, 현대에 태어났으면 할리퀸으로 열라 성공했을 거다. 어째 감성이 이렇게 할리퀸에 순정만화일 수가 있냐;;;


잠깐, 근데 무라사키...? 무라사키노우에?

....이거 드림 소설이었던 거냐!!!!! -_-;;;


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무라사키노우에가 되고 싶을라나? 후지쯔보 대신으로 11살 때 팔려;와서 세상에 사내가 별보다 더 많구먼 연애 한 번 변변히 못해보고 겐지 취향대로 자라며 청춘을 썩히다가(...인형 놀이하냐 지금?) 14살 때 강간;당해,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려보고 살던 겐지 놈 끝간 데를 모르고 이번엔 - 하필이면 또 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 고키덴의 동생 오보로즈키요를 집적여서 귀향가, 불쌍한 무라사키가 그 시절 성행하던 불륜질도 한 번 못해보고 얌전히 썩을 놈의 남편만 기다리는 사이 그 인간은 또 스만지 어딘지에서 여자 하나 만들어서 마눌님 눈에서 눈물이나 뽑아, 겨우 돌아와서 좀 조용히 사나 싶었더니 얼마 가지도 못해 이번엔 (후지쯔보와 좀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온나산노미야를 정처로 맞아들여선 내가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데 참아주오 어쩌고 잘도 지껄여, 마음 좀 가라앉혔나 싶더니 미야스도코로의 저주로 병에 걸려 - 이것도 겐지가 입 잘못 놀린 탓임 - 파리하게 앓다가 세상을 떠 버려! 세상 지저분한 팔자는 다 모아놓은 것 같은 이 기박한 처지의 여자가 정말 되고 싶은 거냐!!!? ;;;; 취향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시키부가 워낙 남편의 염문으로 고생했대니까 자기 자신의 과거를 투영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럼 그거구먼, 착하고 순진한 히로인을 마구 모욕하고 짓밟으면서 감정 이입하여 눈물을 쏟으며 자기도취하는 한국 드라마로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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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55권.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10/10 14:47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 와중에 여전히 모에와 번뇌로만 드글드글 끓는 나 자신에게 느낀 회의를 논하라면 A4 용지 12장도 채우겠으나, 내일 우주가 멸망하여도 오늘 하찮은 포스팅 한 개를 하겠다는 신념 하에 그냥 버닝 로드를 가기로 한다. (....)

오늘 드디어 코난 55권을 구입했음. 그리고 죽었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직접 확인하시라. 다만 동인들의 영원한 꿈인 '쿠도 유사쿠와 쿠로바 토이치의 대결 구도가 그 2세대인 쿠도 신이치와 쿠로바 카이토에게 그대로 계승되는 것'이 청산대인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만 언급하겠음. 아아 당신은 대체 어디까지 가시나요 청산대인? orz

"카이신카이를 하려면 원작자를 능가해야 한다니까요?"
"그런 불가능한 미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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